장학진, ‘보릿대로 만나는 서예세상 그리고 새김’전

▲ 장학진씨(왼쪽), 장학진 작.(오른쪽)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보릿대의 은은한 빛이 겨우내 얼었던 몸을 감싸 안는다. 그 환한 빛으로 한 자 한 자 정갈하게 써내려간 글씨는 작품 앞에 선 사람들의 마음을 반듯하게 잡아준다.

서예가 장학진(57‧사진‧청주시 흥덕구 복대2동 1697‧☏043-235-0545)씨의 개인전 ‘보릿대로 만나는 서예세상 그리고 새김’이 오는 1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소1전시실에서 열린다.

장씨는 2014년 충북대 옹벽(충북대 정문~복대초 방향)에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업 서예작가 36명의 글씨를 옮겨 ‘서예가의 길’을 만들었을 정도로 열정적인 서예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40여년간 마음과 온몸으로 글을 쓰다 맥간공예를 배워 맥간서예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맥간서예는 보릿대를 잘라 글씨를 완성하는 작업으로 글씨를 쓰고 그 크기에 맞춰 판을 짜 옻칠을 하고 투명 도료를 7~10회 발라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 탓에 작품 하나를 만들려면 최소 열흘이 걸린다.

보릿대를 붙이는 방향이나 보는 방향에 따라 빛이 반사돼 같은 작품이지만 사람마다, 방향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관람에 재미를 더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飮水思源(음수사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를 그대로 옮긴 작품이다. 음수사원은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으로 장씨가 항상 가슴속에 품고 있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전시회를 열 때 화환이나 화분은 받지 않으며 2010년 개인전 당시에는 꽃 대신 쌀을 받아 독거노인들에게 기부했다.

또 ‘秋史先生詩(추사선생시)’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 영인본을 맥간서예화 한 것으로 추사의 글씨들이 대부분 추상적인데 비해 이 글은 짜임의 구성도가 높아 단아한 맥간 서예와 잘 어울린다.

전시회에서는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 ‘有志竟成(유지경성)’ 등 시계가 달린 서각도 볼 수 있으며 서각과 시계를 융합시킴으로써 ‘작품은 누군가 봐야만 살아있게 된다’라는 그의 생각을 담았다.

그는 “조명이나 보는 각도에 따라 보릿대에 반사되는 빛이 달라지는 것이 이번 전시의 묘미”라며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관람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경기도 여주출생으로 충북대와 경기대 대학원에서 서예를 전공했다. 청주시 사회복지관과 충북대 평생교육원에서 서예‧서각을 강의했으며 현재 청주 개신서예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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